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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회색 신사 경청의 힘 호라 박사 시간

by 오루미 2026.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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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관련 사진

미하엘 엔데의 『모모』는 1973년 발표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아온 동화소설입니다. 〈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그 도둑이 훔쳐간 시간을 찾아주는 한 소녀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라는 부제가 암시하듯, 이 작품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간의 의미와 삶의 본질을 되묻는 철학적 우화입니다. 고도성장기 이탈리아의 작은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어른을 위한 동화'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회색 신사들 시간저축은행

『모모』의 핵심 악역인 회색 신사들은 '시간저축은행'의 영업사원으로 등장합니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시간을 절약하고 저축하면 나중에 이자까지 쳐서 마음껏 쓸 수 있을 것이라 유혹합니다. 엔데는 인터뷰에서 은행의 이자 시스템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사람들이 돈을 저축하고 아끼기만 하고 정작 자신의 일상적 행복을 위해 그 돈을 사용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이 작품을 착상했다는 것입니다. 회색 신사들의 설득 방식은 매우 교묘합니다. 그들은 강제로 시간을 빼앗지 않습니다. 대신 더 효율적이고 성공적인 삶을 약속하며 사람들 스스로 시간을 포기하게 만듭니다. 이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간 절약'이 미덕처럼 주입되는 방식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작품 속에서 가난하지만 마음씨 넉넉하던 마을 사람들은 점차 시간 강박에 쫓기기 시작하고, 그 결과 삶에서 진정한 기쁨과 관계가 사라지게 됩니다. 베포와 기롤라모의 사례는 이러한 메커니즘을 잘 보여줍니다. 늙은 도로 청소부 베포는 비질 한 번 한 번을 정성 들여 천천히 하며 그 자체를 즐기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회색 신사들의 농간으로 모모를 되찾기 위해 10만 시간을 저축하겠다는 거짓 약속에 빠져들자, 조금도 쉬지 않고 맹렬히 빗자루질만 하는 사람으로 변합니다. 말재주꾼 기롤라모 역시 자신의 이야기를 즐기며 살던 청년이었지만, 회색 신사들의 조작으로 유명 작가가 된 후 자기 표절과 우려먹기를 반복하는 공허한 존재가 됩니다. 시간을 모으기 위해 살다가 결국 시간을 모은다는 행위 그 자체에 잡아먹혀버린 것입니다. 이러한 설정은 단순한 판타지가 아닙니다. 작품에서 시간저축은행의 시간 착취는 현대 사회의 노동소외와 자기 착취를 상징합니다. 소득이나 소비 수준은 올라갈 수 있지만 일의 성취감도, 공동체 안에서 나누는 즐거움도 사라져 삶이 회색빛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절약한 시간을 '언젠가' 누릴 수 있을 것처럼 착각하지만, 그 시간은 두 번 다시 삶으로 되돌아오지 못하고 회색빛 연기로 화합니다.

모모가 가진 경청의 힘

주인공 모모는 고아원에서 탈출한 어린 소녀로, 마을 외곽의 석조 원형극장 폐허에 나타납니다. 작고 여윈 몸에 까만 고수머리, 누덕누덕 기워 만든 옷을 입은 모모의 외형은 물질적으로는 가진 것이 없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특별한 재능이 있습니다. 바로 경청 능력입니다. 모모의 경청은 단순히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녀는 답을 주거나 토론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집중해서 들어주어 상대방이 자기 혼자 떠들다가 어느새 자신도 모르던 답을 깨우치게 만들거나 비밀까지 털어놓게 합니다. 이 능력은 회색 신사 한 명이 모모의 시간을 훔치려고 수작을 걸었다가 오히려 홀린 듯 일당의 음모를 근본부터 털어놓게 되는 장면에서 극적으로 드러납니다. 회색 신사가 각종 장난감까지 동원해 모모를 현혹하려 했지만, 모모의 경청과 소통 능력 앞에서 역관광을 당한 것입니다. 모모의 특별함은 시간을 되찾아주는 능력이 아니라 타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태도에 있습니다. 이는 시간의 본질이 '속도'가 아니라 '관계'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시간을 아끼고 효율을 높이라는 요구를 받지만, 정작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주는 시간은 낭비로 여겨집니다. 모모는 이러한 가치관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존재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모를 사랑하게 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비록 물질적으로는 아무것도 줄 수 없었지만, 모모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존중받고 이해받는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기롤라모의 경우 원래 잔재주 정도였던 말솜씨가 모모가 들어주기 시작한 다음부터는 자신도 놀라울 만큼 이야기가 스스로 꽃피우는 경지가 되었습니다. 모모가 가진 경청의 힘이 타인의 잠재력을 깨워준 것입니다. 이는 진정한 관계 맺음이 어떻게 개인을 성장시키고 공동체를 풍요롭게 하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입니다.

호라 박사 시간의 관리자

회색 신사들이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존재가 바로 호라 박사입니다. 그는 시간의 관리자로서 '언제나 없는 거리'에 위치한 '아무 데도 없는 집'이라는 초자연적인 황금빛 저택에 살고 있습니다. 풀 네임이 '세쿤두스 미누티우스 호라'인데, 각각 초(secundus), 분(minutius), 시(hora)를 뜻하는 라틴어로 이름 자체가 시간 그 자체를 상징합니다. 호라 박사는 모모를 자신의 집으로 피신시킨 후 시간의 수수께끼를 알려주고, 그녀를 시간의 대사원으로 데려갑니다. 그곳에서 모모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 소멸하며 동시에 다른 꽃이 피어나고 지는 모습을 목격합니다. 이 시간의 꽃은 매 순간 새롭게 피어나는 생명과 시간의 본질을 상징합니다. 이러한 시간관은 회색 신사들이 조장하는 시간 저축의 논리와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회색 신사들은 시간을 미래에 사용할 수 있는 자원처럼 취급하지만, 실제로는 그 시간은 영영 사라져 버립니다. 반면 호라 박사가 보여주는 시간은 현재를 충만하게 살아갈 때 비로소 의미를 갖습니다. 작품에서 시간과 삶과 죽음이 본질적으로 같은 것임을 설명하는 대목은 이러한 철학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호라 박사의 작전 역시 이러한 시간관을 반영합니다. 시간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 그리고 시간을 되찾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모모』는 단순히 소소한 행복을 즐기라는 소확행이나 욜로의 메시지와는 결이 다릅니다. 소확행이나 욜로는 결국 돈을 어떻게 의미있게 사용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모모』에서는 모아둔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베포와 기롤라모는 모모를 만날 때가 바로 그 원하던 때였음에도 여전히 시간을 모으기 위해 그것을 누리지 못합니다. 원하는 것을 위해 시간을 모으다 결국 시간을 모은다는 행위 그 자체에 잡아먹혀버린 것입니다. 사용자 비평이 적절히 지적했듯이, 이 작품에서 시간은 관리와 저축의 대상이 되는 순간 삶에서 분리됩니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회색 신사들이 파고듭니다. 『모모』의 진정한 메시지는 시간을 '아껴야 한다'는 명령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드러내는 데 있습니다. 비룡소 한글판이 권장 연령을 초등학교 5학년으로 표시하고 있지만, 이 작품이 다루는 시간강박은 성인들만이 절감할 수 있는 주제입니다.


[출처]
나무위키 모모(소설) 문서: https://namu.wiki/w/%EB%AA%A8%EB%AA%A8(%EC%86%8C%EC%84%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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