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란 무엇인가』는 단순한 철학 입문서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겪는 불평등과 공정성 논쟁의 본질을 다시 묻는 책이다. 마이클 샌델은 능력주의, 자유시장, 개인의 선택이라는 익숙한 개념이 과연 정의로운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질문하며, 2026년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사회적 기준을 제시한다.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이 던지는 핵심 질문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오랜 시간 사랑받는 이유는 정의를 추상적인 개념으로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실제 사회에서 벌어지는 사례를 통해 “무엇이 옳은가”를 끊임없이 질문한다. 장기 매매, 병역 면제, 소득 격차, 능력에 따른 보상 등 현실적인 문제를 통해 정의는 단순한 규칙이 아니라 공동체가 합의해야 할 가치임을 강조한다. 샌델은 자유주의 사회가 강조해 온 “개인의 선택”이 과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태어난 환경, 부모의 자산, 교육 기회처럼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요소들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도, 우리는 성공과 실패를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왔다. 그는 이러한 사고방식이 사회적 연대를 약화시키고, 패배자에게 도덕적 낙인을 찍는 구조를 만든다고 비판한다. 특히 강의 형식으로 전개되는 이 책의 특징은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판단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정답을 강요하기보다, 공리주의·자유지상주의·칸트 윤리 등 다양한 정의론을 비교하며 각 이론이 실제 사회에서 어떤 한계를 드러내는지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정의가 단일한 답이 아닌, 끊임없는 토론의 대상임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또한 샌델은 정의를 개인의 도덕적 판단에만 맡기지 않고, 시민 모두가 공론장에서 토론해야 할 문제로 끌어올린다. 이를 통해 독자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돌아보게 되며, 정의가 삶과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게 된다.
사회 전반의 불평등
2026년 현재, 불평등 문제는 더 이상 일부 계층의 문제가 아니다. 자산 격차, 세대 간 이동성 감소, 교육 불평등은 사회 전반에 구조적으로 고착되고 있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론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시장 논리가 모든 영역을 지배할 때 발생하는 도덕적 공백을 지적한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가 존재함에도, 우리는 효율성과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쉽게 시장에 넘겨왔다. 샌델은 능력주의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비판을 한다.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은 겉보기에는 공정해 보이지만, 출발선이 다른 현실을 외면한 주장일 수 있다. 이로 인해 성공한 사람은 자신의 성취를 과도하게 정당화하고, 실패한 사람은 구조적 문제 대신 개인의 무능으로 낙인찍힌다. 이러한 인식은 사회적 분열을 심화시키며, 공동체 의식을 약화시킨다. 그는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단순한 분배 정책을 넘어, 사회가 어떤 가치를 존중해야 하는지에 대한 도덕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의는 숫자와 통계로만 판단할 수 없으며,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책임을 지는 존재인지 성찰하는 과정에서 완성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나아가 그는 정의로운 사회란 경쟁의 결과만을 존중하는 사회가 아니라, 패배자도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배려하는 사회라고 말한다. 이러한 관점은 정책 결정과 제도 설계 과정에서 인간의 존엄과 연대를 우선해야 함을 시사하며, 오늘날 불평등 담론에 중요한 윤리적 기준을 제공한다.
공정성 논쟁
오늘날 공정성은 가장 많이 사용되지만, 가장 합의되기 어려운 개념이다. 시험, 채용, 부동산, 복지 정책 등 모든 영역에서 공정성 논쟁이 발생한다. 마이클 샌델은 공정성을 단순히 기회의 평등으로만 이해하는 접근에 한계를 지적한다. 형식적인 공정성만으로는 결과의 정의로움까지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공동체적 가치의 회복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되, 사회 구성원으로서 서로에게 어떤 의무를 지는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유주의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가 의미를 가지기 위해 필요한 도덕적 토대를 재구성하자는 제안에 가깝다. 『정의란 무엇인가』가 현재에도 유효한 이유는, 이 책이 특정 시대의 정책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 사회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공정성은 제도 이전에 가치의 문제이며, 정의는 법 이전에 도덕의 문제라는 메시지는 오늘날의 정치·경제 논쟁 속에서도 여전히 강력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결국 샌델의 논의는 개인의 이해관계를 넘어, 우리가 어떤 사회를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집단적 성찰로 이어진다. 공정성 논쟁은 단순한 승패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가 공유해야 할 가치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논의가 사회 안에서 활발할수록 민주주의의 토대 역시 더욱 단단해져 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정의란 무엇인가』는 시민 개개인에게 비판적인 사고를 권고하며, 사회적 선택에 더 능동적인 자세로 참여하도록 이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정의를 배우는 책이 아니라,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마이클 샌델은 불평등과 공정성 논쟁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던 도덕적 질문을 꺼내 놓는다. 지금 이 시대에 이 책을 읽는 것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어떤 가치에 동의할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는 과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