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은 단순한 성탄절 이야기를 넘어서 인간의 탐욕과 개과천선을 다룬 불멸의 고전입니다. 1843년 출간 당시 초판 6천 부가 단 하루 만에 매진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 작품은 구두쇠 에비니저 스크루지가 세 유령을 만나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개인의 도덕적 각성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깊은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오늘날까지도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대표 작품으로 남아있는 이 소설의 의미를 깊이 살펴보겠습니다.
스크루지의 변화 과정과 심리적 배경
에비니저 스크루지는 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구두쇠 캐릭터로 자리 잡았습니다. 작품 속 그의 묘사는 매우 강렬합니다. "언제나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남 등쳐먹기 좋아하고, 교활하고, 악랄하고, 치사하고, 탐욕스럽고, 추잡한 늙은이"라는 표현이 그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외부의 온기나 냉기는 그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푹푹 찌는 더위도 그를 따뜻하게 할 수 없었으며, 살을 에는 추위도 그를 떨게 할 수 없었습니다. 거지들도 그에게는 구걸하지 않았고, 아이들도 그에게는 시간을 묻지 않았으며, 심지어 맹인의 안내견조차 그를 피해 주인을 골목길로 끌고 들어갔다는 묘사는 그가 얼마나 철저하게 고립된 존재였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그러나 스크루지가 처음부터 악인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과거의 유령이 보여준 그의 어린 시절은 책을 좋아하는 순하고 착한 소년의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가난한 집안 사정과 부모의 무관심 속에서 고아원이 있는 먼 지역의 학교로 보내져 외톨이가 되었고, 이때부터 돈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젊은 시절에는 결혼을 전제로 사귀던 연인도 있었지만, 점점 냉혹하게 변해가는 그의 모습에 연인은 떠나버렸습니다. 유일하게 사랑을 나눴던 여동생 팸이 출산 후 일찍 사망하자, 스크루지는 가난이 팸의 죽음을 초래했다고 생각하며 더욱 악랄한 구두쇠로 변모했습니다. 이러한 과거는 그의 구두쇠 근성이 단순한 탐욕이 아니라 상처와 두려움에서 비롯되었음을 보여줍니다. 한국에서는 종종 스크루지를 불우한 환경의 피해자로 동정하는 시각이 있지만, 영미권에서는 이를 다르게 해석합니다. 같은 가난 속에서도 밥 크래칫처럼 긍정적이고 선량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환경보다는 개인의 선택과 책임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찰스 디킨스는 올리버 트위스트나 위대한 유산 등에서도 가난하지만 선량한 인물들을 많이 등장시켰는데, 이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인품을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을 반영합니다. 스크루지의 구원은 결국 개인의 도덕적 각성과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교훈적 메시지로 읽혀야 합니다. 그가 세 유령을 만난 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모한 것은 외부의 강제가 아니라 스스로의 깨달음과 결단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크리스마스 캐럴 줄거리
이 소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7년 전 죽은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인 제이콥 말리의 유령이 스크루지를 찾아옵니다. 탐욕의 사슬을 몸에 감고 세상을 방황하는 벌을 받고 있는 말리는 오랜 친구에게 경고합니다. 사후 세계에서 자신처럼 쇠사슬에 얽매여 끝없는 여정을 보내게 될 것이라며, 이제라도 뉘우치고 자기 같은 운명을 피하라고 충고합니다. 생각해 보면 죽어서도 친구를 걱정하는 말리의 우정은 눈물겹습니다. 그의 경고에 따라 세 명의 유령이 차례로 스크루지를 찾아오게 됩니다. 과거 크리스마스의 유령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중성적 외양에 흰 옷을 입고 촛불처럼 머리끝에 불을 밝힌 채 등장합니다. 천사를 연상시키는 이 유령은 스크루지의 불행했던 어린 시절, 순수했던 젊은 시절, 그리고 돈만 밝히는 수전노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과거를 직면한 스크루지는 자신이 잃어버린 것들을 깨닫기 시작합니다. 현재 크리스마스의 유령은 유쾌한 거인의 형상으로 긴 초록색 옷을 입고 횃불을 들고 나타납니다. 산타 클로스와 예수를 섞어 놓은 듯한 모습의 이 유령은 허리에 '땅에 평화와 만민에게 선의'를 상징하는 빈 칼집을 차고 가시 면류관을 쓰고 있습니다. 그는 스크루지에게 조카 프레드와 직원 밥 크래칫 가족의 크리스마스를 보여주며, 가난하지만 즐겁게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하류층들을 가리킵니다. 현재의 유령은 스크루지가 자선사업가에게 했던 "죽으라면 죽으라지, 과잉 인구로 골머리를 앓는 이 사회에 큰 도움이 되겠군"이라는 말을 그대로 돌려주며 참회하게 만듭니다. 특히 자기 옷에 붙어있던 '무지'와 '결핍'이라는 이름의 삐쩍 마른 두 아이를 보여주며, 이들이 멸망을 부르니 주의하라고 경고합니다. 스크루지가 이들을 도와줄 곳이 없냐고 묻자, 유령은 그가 초반에 했던 감옥과 구빈원에 대한 망언을 그대로 되돌려 줍니다. 마지막으로 미래 크리스마스의 유령은 그림 리퍼를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대사는 전혀 없고 오직 손짓으로만 스크루지를 인도하는 이 유령은 죽음 그 자체를 상징합니다. 그는 스크루지가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을 경우 맞게 될 비참한 미래를 보여줍니다. 그가 죽은 후 고용인들이 소지품을 훔쳐 팔아먹으며 비웃는 모습, 임종을 지켜주는 이 하나 없이 세상을 떠나는 쓸쓸한 장면을 목격한 스크루지는 결국 "앞으로는 개심하고 달라질 것입니다"라고 유령을 붙잡고 울부짖게 됩니다.
찰스 디킨스가 전하는 메시지
찰스 디킨스는 이 작품을 통해 단순히 개인의 영적 구원뿐만 아니라 당시 산업혁명과 함께 희미해지는 성탄절 전통을 되살리고자 했습니다. 31세의 젊은 나이에 이미 확고한 위치와 명성을 얻고 있던 디킨스는 이 작품으로 다시 한 번 영국민이 자랑스러워하는 위대한 작가로 인정받았습니다. 권선징악적 교훈을 주는 작품이라 산업화의 새로운 물결이 불던 출간 당시에는 구태의연한 발상이라는 비난과 함께 비평가들 사이에서 논란을 일으켰지만, 누구나 명쾌하게 작가의 메시지를 깨달을 수 있고 알기 쉽게 작품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대중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디킨스가 하류층의 문제에 깊은 애정을 가졌다는 것은 작품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밥 크래칫은 아이가 일곱이나 되는 데다 매우 가난하지만, 착하고 긍정적인 인물로 그려집니다. 스크루지로부터 1주일에 15실링밖에 받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한겨울에 난로에 석탄을 넣지 못하고 눈치를 보면서 일합니다. 그럼에도 크리스마스 만찬에서 스크루지의 건강을 기원하고, 스크루지에게 욕이나 먹여주겠다며 투덜대는 아내를 타이르는 대인배의 모습을 보입니다. 소아마비를 앓는 아들 작은 팀 때문에 걱정이 많지만, 가족과 함께 가난하지만 즐겁게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모습은 물질적 풍요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디킨스는 산업화 초기 영국에서 노동 계급의 어려움을 돌봐주려는 정서와 그 돌봄에 관심을 가질 증거로 어려워도 인품을 잃지 않는 사람들을 강조했습니다. 현재의 유령이 보여준 '무지'와 '결핍'이라는 두 아이는 사회가 방치한 문제가 결국 멸망을 가져온다는 경고입니다. 2009년 짐 캐리 버전에서는 이 아이들이 한순간에 어른으로 성장해 무지는 강도가 되어 감옥에 갇히고, 결핍은 매춘부가 되어 정신병원에 갇히는 장면으로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개심한 스크루지가 밥의 봉급을 2배로 올려주고 작은 팀을 돌봐주는 결말은 개인의 변화가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상징합니다. 조카 프레드와의 화해 장면 역시 가족애와 용서의 가치를 보여주며, 스크루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의미로 기억되는 인물로 남게 될 것임을 암시합니다.
날로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그 흐름에 맞춰 나만 생각하며 살아가기 쉽습니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그러한 우리에게 쉼표를 찍고 나를 돌아보며 주변 사람들을 돌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인간의 이기적인 마음과 탐심을 비추고 그런 마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성찰의 기회를 주는 이 소설은 크리스마스라는 특별한 날을 넘어 우리 삶 자체를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알려줍니다. 개인의 도덕적 각성이 사회 전체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이것이 바로 이 작품이 18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사랑받는 이유입니다.
[출처]
나무위키 - 크리스마스 캐럴(소설): https://namu.wiki/w/%ED%81%AC%EB%A6%AC%EC%8A%A4%EB%A7%88%EC%8A%A4%20%EC%BA%90%EB%9F%B4(%EC%86%8C%EC%84%A4)